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융합 그리고 확장

예전과 달리 그림책을 창작할때 원화 제작 과정이 작가마다 다양해졌다. 특히 인쇄 또는 미디어의 표현에 따라 여러가지 원고(원화) 조정이 가능할 수 있도록 소재를 분할 구성하기도 한다.

보통 그림책 일러스트레이터는 글과 기획이 정리되면 원화의 완성도에 집중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다양한 디지털 기법과 아날로그 기법이 혼합 된다. 작가마다 다르지만 전체를 수작업으로 원화를 마무리하는 작가도 있고 혼합된 방식 또는 디지털페인팅으로만 채색하는 등 다양하다. 최근 디지털 펜의 발달과 컴퓨터 프로그램의 정교함으로 예전과 달리 수작업과 디지털 페인팅 그림 식별이 어려워지고 자연스러워졌다. 아직은 출판사나 작가마다 다르지만 점차 원화 조정이 가능하고 다른 매체를 위해 변환 수정이 가능한 디지털화된 원고(원화) 방식을 선호하기도 한다.

전세계에서 응모하는 볼로냐아동도서전 일러스트레이션 심사과정을 보면 아직 심사위원들은 수작업으로 진행된 원화를 선호한다. 심사위원마다 다르지만 이 부분은 논쟁은 있고 점점 젊은 일러스트레이터 들은 수작업 보다 혼합방식 또는 디지털에서 구현된 원화 작업을 선호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림책 창작에서 중요한 것은 ‘디지털’ 또는 ‘아날로그’로 원화가 구분 되는게 아니라 각자 기획에 맞는 작가의 독창적인 형태와 표현이 더 중요하다. 즉, 자신의 독창적인 표현방식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표현 모두를 이해하고 선택적으로 융합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독창성에 맞게 스케치부터 원화 진행과정이 합리적이고 효과적이어야 계속 다음 이어갈 수 있다.  

신인들의 경우 참신한 기획이 있더라도 원화과정에서 자신에 맞는 다양한 프로세스를 연습하고 실험해야 하는데 그 기법을 정착하려면 시간이 걸리며, 자신에 맞는 합리적인 프로세스를 찾기 위해서는 많은 시행착오와 다양한 접목은 물론 일부 학습도 필요하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개인의 발상법도 중요하지만 그 아이디어를 실제 그림으로 구현하기 위한 과정이 구축되어 있어야 하고 최종 작품으로 의도한데로 완성되어야 유효한 저작권이 된다.

지금은 수 많은 이미지와 그림이 온라인에 넘쳐나는 시대이다. 전세계의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연출하는지 동시적으로 볼 수 있고 쉽게 그 기법을 짐작,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그러한 영감과 달리 본인의 작업을 그들처럼 매력적으로 연출 하기는 쉽지않다. 특히 신인의 경우 기성작가들이 가지고 있는 프로세스나 표현을  답습하기 보다는 그들의 발상부터 원화 과정을 이해하고 자신에게 맞는 방법론을 찾는게 중요하다.

예전에 출판사에 그림만 마감해주면 전문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출판되는 과정과 다르게, 현재는 작가에게 요구되는 출판 참여 과정이 많아지고 있다. 이것은 저작권 권리에 따라 상대적이기도 한데, 보통 출판사가 전체 창작 관여도(기획, 연출, 디자인, 마케팅 등)에 따라 작가의 권리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작가가 출판사의 제작 퀄리티를 믿고 전체를 의존하지만 반대로 디자인 등 컨셉에 따라 작가가 직접 디자인과 최종 제작에 관여하고 싶어한다. 즉, 그림책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레이아웃, 타이포그라피, 색상조정, 제본, 기타 글의 표현 등 작가가 창작과정에서 생각한 것을 온전히 제작에서 구현되길 바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출판사의 디자이너나 편집자 또는 마케팅에 따라 최초의 컨셉이 바뀌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작품이 온전히 자신의 저작권의 권리자로 한 출판사에 묶여 있지 않고 계속 추가로 이어지는 작품의 권리와 유지도 동시에 가져가고 싶은 부분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작가의 독립적인 창작과 자유로운 연출방식이 보장되더라도 때로는 경험 미숙으로 작품의 대량생산과 유통부분에 있어 난관에 부딛히게 된다. 유통부분은 논외로 한다고 해도 작가가 소량/대량 제작 생산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다면 출판사와 논의할 수 없는 부분이 많고 이후 개인적인 독립 제작도 쉽지 않다.

음악에도 싱어송라이터 프로듀서 등 음원 발표 과정에서 다양한 전문가들이 있는 것처럼 그림책 창작도 작가가 모든 과정을 이해할 수 있어 한다. 자신이 직접 진행할 수 있는 범위와 그렇지 않는 범위를 알고 다른 전문가들과 협업해야 한다. 즉, 협업을 하더라도 전체의 감독과 지휘를 할 수 있어야 온전한 자신의 권리가 생긴다.

최근 그림책창작에서도 1인 출판 브랜딩이 늘고 있다. 본격적으로 출판사와 계약 전에 자신의 창작을 소량 제작하고 독자와 직접 소통한다. 그 과정에서 작품을 늘려가면서 여러 출판사와 협업하거나 파트너를 찾아 꾸준히 자신의 창작물을 알려가는 것이다. 장단점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작품의 저작권과 독립성과의 균형이 필요하며 특히 글로벌하게 작품을 소개하고 싶을 경우엔 한 출판사에 속하여 알려지기 보다, 1인 브랜딩을 통해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한 측면이 있다. 특히 종이책에 한정된 출판을 넘어 여러 제품, 영상, 공연 등 저작권의 다양한 권리를 직접 갖고 진행하고 싶은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것은 예전에 출판사가 기획사가 자신의 작품을 출간해주길 기다리는 시간을 넘어 자신이 스스로 브랜드를 만들고 쌓아가는 것이다. 실제 많은 외국 작가들은 이런 1인 독립브랜딩 과정을 거쳐 글로벌 출판사와 저작권 관리 계약을 하기도 한다.

그림책 저작권과 창작, 유통, 제작 등 이런 일련의 과정은 최초 기획부터 밀접하게 관련이 있고 예비 작가라면 이런 과정을 충분히 숙지해야 한다. 처음부터 출판사의 선택만 바라보기 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프로세스를 선택하고 집중하되 여러 파트너를 만들어 꾸준히 자신의 창작을 유지한다면 작가로서 새로운 작품의 시도들은 물론 새로운 독자를 꾸준히 확보해 갈 수 있다.

이번에 새로 시작하는 ‘그림책상상 그림책학교’에서 진행하는 창작과정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페인팅 방식을 넘나들고 글/스케치부터 DTP를 이용한 소량 한정판 제작까지 작가가 전체를 프로듀싱하는 과정과 함께 자신의 브랜딩을 구축하는 시도들이 포함될 예정이다. 이번 과정에서 다양한 시도와 결합으로 각자에게 맞는 독창적인 작품들이 많이 탄생되어 앞으로 변화하는 그림책 장르에서 새로운 흐름을 이끌어 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