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에서 더미북이란?

그림책을 창작하기 위해 여러가지 단계를 거치는데 그중 마지막 단계인 더미북 제작은 출판을 검토하기 위해 필수적인 단계입니다. 

Dummy란 영어가 의미 하듯이 모형이나 모조품을 의미하는데 가끔 외국에선 moke-up이란 표현을 쓰기도 하죠. 이는 출판제작자의 관점에서 볼때 내용과 별도로 책의 크기,  종이, 제본형태 등 다양한 인쇄제작을 미리 샘플링 해본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신인들의 입장에서 대량 인쇄의 세부적인 과정을 이해하면서 더미북을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실제 크기의 더미북 제작이 중요한 것은 독자가 이 책을 어떤 크기와 질감으로 느낄지 예측해야 합니다. 특히 그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예술적인 감성을 어떤 크기와 형태로 보여줄지는 작가에겐 놓쳐선 안될 매우 중요한 부분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더미북 제작은 세상에 나가기전에 꼭 거쳐야 하는 검증과 조정의 단계입니다. 

더미북을 크게 두가지 종류로 나누면 작품전시를 위한 작품 더미북과 출판사에서 대량 생산전에 실물크기를 가제본 더미북이 있습니다. 

보통 그림책을 창작하는 워크숍이나 학교에서는 과정의 마지막인 작품 더미북 단계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외부에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실제 작품이 출판사 관계자를 통해 선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 그림책학교의 사례들을 봐도 더미북에 많이 신경을 쓴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옆 사진) 만약 작품이 나중에 유명해 지면 첫 더미북은 어떤 역사적인 예술 기록물이 될 수도 있겠죠.

물론 작품 더미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의 내용과 그림의 독창성, 완성도 등등 작가가 표현하고 싶은 내용이 우선입니다. 또 다른 측면으로 요리를 담는 그릇에 비유해서, 실물로 완성될 책에 대한 작가의 생각도 작품 더미북에 묻어 나오지요. 즉, 출판사나 독자는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어떤 형태의 그릇에 담았는지를 무의식 또는 의식적으로 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출판사 입장에서 더미북을 내용이 아닌 형태적인 측면을 볼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이 무엇 일까요? 세부 장르나 독자 타겟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다음과 같은 것을 고려합니다.

– 책의 크기: 책의 크기는 몇 mm 차이가 나더라도 인쇄 제작 방식이 생각보다 크게 달라집니다. 이것은 인쇄할때 쓰는 종이 크기와 제본에 따른 기술적인 문제인데요. 작은 차이때문에 종이 손실이 많거나 원하는 종이에 인쇄를 못하는 경우도 생기기도 하고 유통이나 물류 등에도 영향을 줍니다. 

– 종이선택: 작품 이미지에 따라 종이 선택이 매우 중요할때가 많습니다. 빛반사, 종이두께, 잉크의 흡수력, 수급요건, 가격 등이 해당됩니다. 아쉽게도 한국의 경우 종이의 선택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예술적인 작품의 경우 책가격이 올라가더라도 수입지까지 고려하는 경우도 있고 작가가 원하는 작품의 느낌은 종이에 따라 많이 달라집니다. 

– 제본의 방식: 제본은 중철, 무선철(떡제본), 양장본(하드커버), 보드북, 링제본 등이 있지만 선택 폭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작품 더미북을 제작할때 보통 출력소에 맡기는 경우가 많아서 무선철 제본이 일반적 입니다. 하드커버 소량 제작은 기계로 하기 어렵고 수작업이라 권당 제작 비용이 많이 들지요. 그래서 보통 전시를 위한 작품 더미북은 작가들이 직접 수작업으로 하드커버를 제본을 하는 편입니다. 한국에서는 특히 그림책이 하드커버로 출판되는 경향이 많아서 더미북 전시때 하드커버로 1~2권정도 샘플 제작하는 편입니다. 

– 띠지 또는 자켓(표지 싸게) : 보통 출판사들이 마케팅으로 중요한 문장이나 키워드를 알리고 싶을때 띠지를 이용하지만 더미북 전시때는 내용과 관계있는 어떤 장면 또는 배경 키워드를 넣어 예술 작품처럼 보이도록 연출하기도 합니다. 최근엔  그림책에서 자켓을 하지 않는 경향이 많아졌지만 간혹 천을 이용한 하드커버를 할 경우 자켓을 메인 표지로 이용하고 자켓을 벗겨내도 심플한 제목이나 패턴이 보이게 해서 자켓과 천을 이용한 하드커버로 제작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 마진(여백)과 책고랑: 생각보다 작가들이 작품을 더미북으로 만들때 펼쳐진 이미지에서 책고랑(책이 접히는 부분) 부분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책이라는 물리적인 특성상 가운데 깊이 파여진 부분은 어쩔 수 없지요. 그 부분에 글이나 중요이미지가 배치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책이 커팅 되는 외각 부분도 고려해서 그림의 배치나 글의 배치의 안정감이 중요합니다. 즉, 독자가 작품을 몰입하는데 사소한 것들이 방해되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아무래도 일러스트레이터들의 경우 편집이나 제작에 경험이 없기도 하고 펼쳐진 원화의 기준으로만 작업해서 이 부분을 종종 놓치게 됩니다. 다행히 더미북을 제작하면서 이부분을 발견하고 수정할 기회를 갖게 됩니다. 

– 글자의 크기와 서체의 선택: 보통 전문적인 용어로 타이포그라피라고 합니다. 글이 내포하는 기호적, 상징적인 의미가 뼈대라고 하면 타이포그라피는 작품을 읽게하고 신뢰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서체와 크기의 선택은 전문가가 아닌이상 작가가 여러번 편집과정에서 시도해 봐야 합니다. 개인 취향이나 어떤 정보에 따라 아무렇게 선택하고 배치하다 보면 오랫동안 공들여온 작품의 첫인상을 엉뚱한 느낌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험이 없을때는 이미 출판된 완성도 좋은 그림책을 참고해서 서체와 크기를 잘 응용하는게 좋습니다. 

이외에도 더미북과정에서 출력기계에 따른 색상 퀄리티(잉크젯, 레이터 등), 표지 타이틀, 표지 디자인, 책 두께, 면지의 선택과 이미지 연출 등 세부적으로 신경써야 할 것이 많습니다. 

다만 출판 관계자들은 신인작가들의 작품 더미북의 외형적인 상태보다 작품의 내용을 먼저 봅니다. 특히 출판사는 제작에 관련된것을 고려하고 추후 출판시 조정할 수 있는 범위를 알기 때문에 위의 사항이 작품의 선택에 아주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출판이란 것은 작가와 출판사의 협력이기 때문에 작가가 위의 문제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어야 하고 시도해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작품 더미북을 통해 출판사들은 작가의 첫 인상을 받게되고 발전 가능성을 타진하여 출판으로 이어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