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구 작가의 ‘두근두근’ 작업일기

저는 새로운 그림책 창작을 도모하려고 워크숍을 진행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이전에 근무했던 출판사에서 처음 진행을 하면서 그 형식에 대해 고민했고, 퇴사 이후에도 담담창작그림책워크숍이란 이름으로 진행하고 있으니 워크숍만 얼추 15년 즈음 되어갑니다. 담담창작그림책워크숍은 출판이나 유통을 도맡아 줄 어떠한 출판사의 도움 없이 서로의 시간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작품을 구상합니다. 정해진 방법도 없이 10여 명의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오로지 그림책 만드는 일에만 집중합니다. (담담창작그림책워크숍 방문)

<두근두근>은 그 시간 속에서 성실하게 만들어졌습니다.

이석구 작가는 제법 오랜 시간을 창작 그림책을 만드는 데 썼습니다. 여러 해를 지나는 동안 몇 권의 더미가 생겼지만 출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2013년 4월 11일 그는 워크숍에 한 편의 원고를 써 왔습니다. 제목은 <두근두근 빵집>. 처음 내용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부끄러움 많은 A에게 친구라곤 B, 한 명 뿐이었다.
2. 어느 날 B가 오랫동안 여행을 떠나자 A는 깊은 숲속에 빵집을 차리지만 누가 찾아올까 두려움에 마음이 두근두근한다.
3. 얼마 후 배고픈 고양이 가족, 친구와 싸운 강아지, 쫄쫄 굶은 곰이 빵집을 다녀가고, A의 빵이 맛있다는 소문이 숲속 너머 기운 없는 왕의 귀에까지 들어간다.
4. 빵맛을 본 왕은 빵집의 빵을 매일 독차지하고, 빵을 얻을 수 없는 일반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기게 된다.
5. A가 왕에게 빵을 다 가져가지 말라고 부탁하자 왕은 단 한 개의 거대한 빵을 만들어오라는 문제를 주고, A는 위기에 빠진다.
6. 부끄러움 많은 코끼리는 A의 빵을 먹고 싶었지만, 늘 북적여서 가지 못했는데 빵집이 한가해진 걸 발견하고 빵집을 찾는다.
7. 빵집에 빵은 없고, 위기에 빠진 A의 고민을 듣게 된 코끼리는 대대로 내려오는 맘모스빵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준다.
8. A는 문제를 해결하고 숲속의 빵집은 다시 손님들로 북적인다. A는 어떤 손님이 올지 기대하며 마음이 두근두근한다.
9. B가 돌아온다.

그림책은 작은 창문과 같습니다. 문은 작지만 문을 열면 보이는 세계는 무한의 세계입니다. 그 무한의 세계는 이야기의 세계이지요. 그렇기에 작은 문으로 어떤 부분을 집중해서 보여줄지 정해야 합니다.
가제목은 <두근두근 빵집>입니다. 그리고 빵이 중요한 소재이지요. 이석구 작가는 빵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는 여러 종류의 빵을 그리고 싶던 걸까요? 떠나간 친구 B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던 걸까요? 부끄러움이 많은 A와 코끼리의 이야기를 하고 싶던 걸까요?
우선, 작가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 물었습니다. 이석구 작가는 무서워서 벌벌 떨 때도, 기대하고 설렐 때도 두근두근하는 같은 표현, 다른 의미를 이야기하고 싶다고 대답했습니다.

우리는 <두근두근>에서 빵집을 떼고, 두근두근의 변화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드디어 작은 창문을 통해 무엇을 봐야 할지 정해진 거지요.
그 후 같은 해 10월에 에피소드 전개 몇 가지가 정리되었습니다. A는 낯가림이 심하고 부끄러움이 많아서 낮에는 집안에 꼭꼭 숨어 있다가 다들 잠든 밤이 되어서야 자신이 좋아하는 빵을 만듭니다. 그런데 어느 날, 빵 냄새를 맡고 온 코알라 한 마리가 불쑥 A의 집에 들어오는 일이 생깁니다. 불면증을 앓고 있던 코알라에게 A는 부드러운 카스텔라를 구워주었고, 카스텔라를 먹은 코알라가 푹 잠들었다가 다음 날 아침에 떠납니다. 이후 배고픈 곰, 길 잃은 양, 변비 걸린 생쥐, 빵 먹고 싶어 몰려든 고양이들이 A의 집에 찾아온 뒤 A는 대낮에 빵집을 엽니다. 그러던 어느 날 빵집을 닫을 때 즈음, 문 두드리는 소리에 나가면 아무도 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A는 왠지 그의 마음을 알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빵을 구워두고 그가 올 때까지 기다립니다.

이례적으로 첫 창작 그림책 더미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러프한 더미 상태로 출판 계약이 되었습니다. 보통 원화 샘플과 함께 완성도 높은 스케치 더미 혹은 거의 출간 직전의 작업이 끝난 완성 더미로 계약을 하기 일쑤입니다. 그렇게 출간 계약을 하고 A는 브래드 씨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우리는 두근두근의 변화를 동물이 등장하는 순서와 브래드 씨가 문을 열 때 어느 정도까지 여는가, 브래드 씨의 얼굴이 어느 정도 드러나는가 등의 기본 설정을 하고 플롯을 따라 화면 연출에 집중했습니다. 화면 연출에 대한 고민은 2014년도 1월부터 11월까지 내내 계속되었습니다. 출판사에 제출된 수정 스케치 더미만도 8차례 정도 되었습니다.
오른쪽 화면 스케치 과정 –>

그렇게 겨우 확인이 끝난 스케치를 원화로 옮기는 작업이 시작되어 2015년 9월 15일에 출간에 이르렀습니다.

출간 직전까지 고민했던 장면은 브래드 씨가 부끄럼쟁이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테이블과 의자를 나르는 장면이었습니다. 이석구 작가는 이 장면에서 계속 연속 동작을 연출했습니다. 하지만 이석구 작가의 그림 스타일은 연속 동작을 표현하기에는 적합한 느낌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원화가 다 끝난 후 작가에게 다시 제안해서 지금의 장면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오른쪽 중간 원화 수정 과정 –>

이석구 작가를 처음 봤던 인상은 상상력이 특별했던 일러스트레이터였습니다. 그가 한동안 그림책에서 떨어져 있었을 때도 특별했던 그의 상상력이 강렬해서 우연히 마주치면 언제 그림책을 만들 거냐며 조르곤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이야기는 본문에 머물러 있지 않고 늘 표지부터 면지, 뒷면지와 뒤표지까지 하나의 결로 이어지도록 구성하는 게 특징입니다. 매번 더미의 표지와 면지 구성이 달라졌고, 작업을 하는 내내 바뀌는 표지 그림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오른쪽 맨아래 표지 작업 과정 –>

이석구 작가는 현재 3권의 창작 그림책을 출간했습니다. <두근두근>은 첫 작업이긴 했지만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고 있는 화제작이기도 합니다. 그는 오늘도 일러스트레이션과 그림책 작업을 병행하며 열심히 작업하고 있답니다. 다음과 그 다음 행보가 늘 궁금한 작가입니다.
이석구작가 홈페이지 방문

김수정(그림책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