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그림책 여행

2013년도 ‘마음의 집’(창비) 작가로 2013년도에 볼로냐 라가치상을 탄 ‘이보나 흐미엘레브스카’(Iwona Chmielewska) 작가는 폴란드 출신입니다. 이보나 작가가 유독 한국과 인연을 맺게된 이유는 이지원 (번역가, 편집기획자) 선생님의 노력 때문인데, 최근 한남동에 문을 연 일러스트레이션 전문 갤러리, 알부스(www.albusgallery.com)의 큐레이터이기도한 이지원 선생님의 추천으로 운좋게 폴란드 책 협회 주관, 어린이, 청소년 책 세미나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동영상 클릭 ⇒

폴란드의 옛 수도인 크라쿠프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침공에도 수도 바르샤바보다 덜 파괴되어 옛 왕궁과 유적들이 아직 잘 보존 되어 있습니다. 한편 유대인학살이 이루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도 가깝기도 하지요. 도시 중심에서 동남쪽에 유대인지구가 아직 자리잡고 있고 ‘쉰들러리스트’ 영화의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요안나 콘세이요’(Joanna Concejo)의 작가의 그림책 작품이 이보나 작가에 이어 한국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요. 사실 개인적으로는 폴란드 그림책과 작가를 잘 몰랐는데 이번에 초청 받아 방문하게 되면서 여러가지 조금이나마 폴란드의 그림책과 출판사를 알게 되어 행운이었습니다.

폴란드 어린이책 출판사는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대형 출판사와 작은 독립 출판사가 균형있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특히 폴란드 책 협회(http://instytutksiazki.pl/en/?)는 폴란드의 작가, 출판사, 번역가, 책읽기 활동 등 다양한 지원을 하는 협회이고 국가에서 지원을 하고 있는 책 기관입니다. 볼로냐 아동도서전에도 이 협회 부스를 볼 수 있고 세계 여러 출판사, 기관들도 교류하고 있죠. 특히 IBBY와 함께 폴란드 올해의 책 선정과,  폴란드 번역가상 등 다양한 출판 지원을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이번 방문에서 마침 올해의 번역가 수상식을 보게 되었는데 수상자를 위해 헌정 발표하는 편집자의 한 구절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는 한사람의 위대한 번역가를 키우는게 얼마나 힘들고 시간이 오래걸리는지 안다. 한 사람의 훌륭한 번역가는 그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전달하는 한 사람의 대사관과 같다.” 무엇보다 자국의 좋은 책을 소개하고 문학을 알리는 것에 협회, 출판사, 작가 등 모두들 하나로 모여 축하하고 격려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이번 폴란드 그림책 여행에서 재미있게 본 점이 있는데요. 그래픽디자인이 매우 강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프랑스의 몇몇 출판사도 그래픽디자인이 좋고 회화적인 그림이 아니라 평면 도형과 그래픽 언어 그리고 타이포그라피 등 단순화된 형태와 색채들을 잘 끌어낸 그림책들이 많습니다.

‘알록달록 오케스트라’(비룡소)의 작가로 알려진 마르타 이그네르스카(Marta Igmerska) 역시 그래픽언어와 색채 표현이 좋은 작가입니다. 또한 떠오르는 신예 디자이너 에드가르 봉크(Edgar Bąk) 역시 마찬가지이고요.  이렇게 그래픽디자인이 출판과 연결되어 그림책으로 연결된 것은 대학에서 디자인을 가르치면서 본인도 작가활동을 하는 그라슈카 랑게(Grażka Lange)(비룡소.지브라시리즈)의 영향이 있었다고 하고 지금도 많은 그래픽디자이너들이 그림책 작가로 도전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그런지 폴란드 젊은 일러스트레이터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몇몇 친구들은 평면 그래픽디자인으로 구현된 캐릭터 등 심플하면서 명쾌하고 타이포그라피를 응용한 독특한 작업들이 보였습니다. 상대적으로 한국은 평면 그래픽디자인으로 구현되는 작품이 회화적인 그림책 작품보다는 조금 비중이 낮은 편인데 몇몇 프랑스 출판사와 폴란드 출판사는 이런 그래픽 그림책 작업의 정수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 폴란드의 대표적인 독립 출판사가 붓포르니아 Wytwórnia(www.wytwornia.com)입니다.

이보나 작가는 창비에서 책을 내서 반대로 폴란드 출판사에 저작권을 수출 했는데 꺼꾸로 폴란드에서 책을 먼저 낸 한국 작가도 있죠. 차재혁, 최은영 작가의 ‘500원(후즈갓마이테일)’’라는 작품입니다. 볼로냐에서 폴란드 출판사 편집자가 마음에 들어 계약하게되었다고 하는데, 최근 몇 년새 한국작가도 볼로냐 도서전에서 국가에 관계없이 자신의 작품과 맞는 출판사를 찾아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먼저 출판하는것을 볼 수 있습니다.

폴란드는 한국보다 책시장 규모가 그리 크지 않지만 오랜 역사와 전통으로 특히 여러 유럽국가와 국경을 접하는 나라로 다양한 색깔과 스타일이 혼합되어 있습니다. 수 많은 전쟁의 아픔과 민족의 분리 등 우리가 잘 모르는 역사가 있지만 그들이 만들어가는 그림책과 책 협회의 활동은 유럽과 아시아의 그림책 친구들을 이어주는 허브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한국과 좋은 출판 교류가 계속 이루어져서 각각 유럽과 아시아의 그림책 허브 국가로 자리잡으면 좋겠네요.

천상현(그림책 기획자)